본문 바로가기
도서/과학

이기적 유전자로 탐구하는 생명의 작동 원리

by strong22 2026. 2. 28.

의대 수시 준비생을 위한 심화 독서 기록

의대 수시 준비생을 위한 심화 독서 기록인 이기적 유전자도서 표지이다.
의대 수시 준비생을 위한 심화 독서 기록인 이기적 유전자도서 표지이다.
 
 
 

생명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관점은 개체 중심적이다. 우리는 인간이나 동물 같은 개별 존재를 생명의 기본 단위로 인식한다. 그러나 『이기적 유전자』에서 리처드 도킨스는 이 통념을 전환시킨다. 그는 자연선택의 실제 작동 단위를 ‘개체’가 아니라 ‘유전자’라고 규정한다. 이 주장은 단순한 이론 수정이 아니라, 생명 현상을 해석하는 좌표계를 바꾸는 작업에 가깝다.

의과대학 진학을 준비하며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한 교양 독서를 넘어, 생명을 어떤 층위에서 이해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1. 개체가 아닌 유전자: 진화 메커니즘의 재구성

도킨스에 따르면 자연선택은 개체의 생존을 위해 존재하는 체계가 아니다. 선택의 기준은 유전자의 복제 성공 여부다. 개체는 유전자가 환경 속에서 자신을 보존하기 위해 활용하는 ‘운반체’에 가깝다.

이 관점은 처음 접하면 다소 기계적으로 느껴지지만, 진화의 축적 과정을 설명하는 데 매우 정합적이다. 어떤 형질이 세대를 거쳐 유지되는 이유는 그것이 도덕적으로 옳아서가 아니라, 해당 유전자의 전파 확률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 설명 방식은 교과서에서 접했던 자연선택 개념을 보다 구조적으로 이해하게 한다. 예컨대 특정 질환 관련 유전자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유, 혹은 항생제 내성 균주가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 역시 유전자 수준의 선택 압력으로 해석 가능하다.

의학은 결국 세포와 유전자 단위에서 출발한다. 질병의 발생, 암의 증식, 면역 반응의 조절은 모두 복제와 변이, 선택이라는 틀 안에서 이해된다. 『이기적 유전자』는 이러한 현상을 개별 사례가 아닌 하나의 일관된 원리로 묶어준다. 이는 의대 수시전형에서 중요한 ‘과학적 사고의 구조화 능력’을 보여주는 독서 경험이 될 수 있다.

2. 협동은 어떻게 가능한가: 이타성의 진화적 해석

이 책이 특히 도전적인 이유는 우리가 도덕적으로 고귀하다고 여겨온 행동을 새로운 틀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헌신, 형제간의 보호, 집단 내 협력은 표면적으로는 이타적으로 보이지만, 유전자 관점에서는 복제 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

혈연 선택 이론은 유전적 유사성이 높은 개체를 돕는 행위가 결과적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간접적으로 보존하는 방식임을 설명한다. 더 나아가 반복적 상호작용 환경에서는 협력이 장기적으로 더 안정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는 게임이론적 분석과 맞닿아 있으며, 생물학적 설명이 수학적 모델과 결합하는 지점을 보여준다.

이 논의를 통해 나는 의료 체계를 떠올렸다. 의료는 단독 행위가 아니라 협력 네트워크다. 환자와 의료진, 의료진 상호 간의 신뢰가 축적되지 않으면 체계는 붕괴된다. 만약 인간이 단기적 이익만 추구하는 존재였다면 이러한 시스템은 지속되기 어렵다.

결국 인간은 진화적 충동을 지니면서도, 집단적 안정성을 위해 협동을 선택해온 존재다. 이러한 이해는 의학 윤리와도 연결된다. 생물학적 설명을 넘어서 사회적 책임을 사유할 수 있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3. 유전자를 넘어 문화로: 밈과 지식의 확산

도킨스가 제시한 ‘밈(meme)’ 개념은 진화 이론을 문화 영역으로 확장한다. 유전자가 생물학적 정보를 복제한다면, 밈은 사상과 관습 같은 문화적 정보를 모방을 통해 전파한다. 선택과 확산, 도태의 과정은 생물학적 진화와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

이 관점은 의학 지식의 발전 과정과도 연결된다. 새로운 치료법은 임상적 검증을 거치고, 효과가 입증되면 확산된다. 반대로 근거가 약한 이론은 점차 사라진다. 의학은 고정된 체계가 아니라, 끊임없이 선택되고 수정되는 지식의 집합체다.

이러한 사고는 단순 암기식 학습과 구별된다. 지식의 형성과 확산 과정을 분석적으로 이해하는 태도는 학문적 성숙도를 보여준다. 의대 수시전형에서 요구하는 비판적 사고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드러난다.

4. 생명 이해에서 인간 이해로: 통합적 시야의 확장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사고의 기준점이 이동했다는 것이다. 생명을 개체 중심에서 유전자 중심으로 재배치하는 순간, 다양한 생물학적 현상이 하나의 체계 안에서 설명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인간의 자유의지와 윤리에 대한 질문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유전자가 복제를 최우선으로 한다 하더라도, 인간은 그 메커니즘을 인식할 수 있는 존재다. 우리는 충동을 이해하고 조절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의학의 의미가 분명해진다. 의사는 생물학적 원리를 이해하면서도, 환자의 가치와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과학적 설명과 인간적 판단이 동시에 요구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차가운 메커니즘을 설명하면서도, 그 위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질문하게 만든다. 생물학과 윤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의학의 본질이 드러난다.

맺음말: 의대 수시전형에 적합한 독서로서의 가치

학생부종합전형은 독서의 양보다 사고의 깊이를 평가한다. 『이기적 유전자』는 진화의 원리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명과 사회를 연결해 사유하도록 이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생명을 구조적 원리 속에서 이해하는 동시에, 인간이 그 구조를 넘어설 수 있는 존재임을 고민하게 되었다. 이러한 통합적 사고는 의학이라는 학문이 요구하는 역량과 맞닿아 있다.

의대를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이 책을 단순히 읽고 요약하는 데서 멈추지 말고, 자신만의 질문으로 확장해 보길 권한다. 생명의 단위는 무엇인가, 협동은 어떻게 유지되는가, 의학은 진화의 틀 안에서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가.

그 질문을 어떻게 발전시키는지가 곧 학문적 준비도의 척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