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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툴 가완디가 자신이 겪은 실패와 한계로 쓴 나는 고백한다, 현대 의학을

by strong22 2026. 1. 27.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다루는 의학이라는 세계

1. 화려한 성과 뒤에 가려진 의료의 일상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은 흔히 우리가 기대하는 의학 서적과는 다른 결을 지닌 책이다. 이 책에는 극적인 기적의 치료나 영웅적인 의사의 모습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수술실에서의 망설임, 진단 과정에서의 불확실성, 그리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앞에 선 의료진의 고민이 담담하게 서술된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나는 다소 낯설다는 느낌을 받았다. 의학은 언제나 정답을 향해 나아가는 학문이라고 막연히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이지를 넘길수록 이 낯섦은 오히려 신뢰로 바뀌었다. 이 책은 의학을 이상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툴 가완디는 의사로서 자신이 겪은 실패와 한계를 숨기지 않는다. 그는 의학이 과학적 근거 위에 세워진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수많은 변수와 불확실성 속에서 작동한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천변풍경』이 화려한 사건 대신 평범한 일상을 통해 한 시대의 진실을 드러냈듯, 이 책 역시 의료 현장의 평범한 순간들을 통해 현대의학의 본질을 드러낸다.

2. 판단이라는 이름의 무게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의료 행위의 핵심이 기술이 아니라 판단이라는 점이었다. 우리는 흔히 의료를 정확한 진단과 숙련된 수술 기술로 이해한다. 그러나 저자는 실제 의료 현장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은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어디까지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검사와 치료를 더 진행하는 것이 환자에게 도움이 될지, 아니면 오히려 삶의 질을 해칠지에 대한 판단은 수치나 교과서만으로는 내려질 수 없다. 이 대목을 읽으며 나는 인간의 삶을 다루는 모든 영역에서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천변풍경』 속 인물들이 각자의 처지와 환경 속에서 제한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의료 현장에서도 의사는 완벽한 선택지 대신 차선과 차악 사이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책은 의사의 판단이 개인의 생명과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 조용히 보여준다.

3. 실패를 고백하는 의학의 용기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지점은 저자가 의학의 실패를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는 점이다. 이 책은 의료 사고나 오진을 단순히 개인 의사의 능력 부족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대의학이 작동하는 구조 자체가 얼마나 복잡하고 불완전한지를 차분하게 설명한다. 진단 기준은 통계에 기반하고, 치료 지침은 평균적인 환자를 전제로 설계되지만, 실제 의료 현장은 언제나 예외로 가득 차 있다. 환자의 상태는 교과서처럼 흘러가지 않으며, 의사는 제한된 정보 속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는 개인의 도덕적 결함이라기보다, 인간이 만든 학문이 지닌 한계에 가깝다. 저자는 이러한 실패를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고백함으로써 의학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실수를 숨기지 않고 공유할 때, 동일한 오류는 반복되지 않고 제도와 시스템은 보완될 수 있다. 이는 의학이 단순히 축적되는 지식의 집합이 아니라, 끊임없이 수정되고 반성되는 학문임을 보여준다. 나는 이 대목에서 의학의 진정한 전문성은 완벽함이 아니라 정직함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학문은 정체되지만, 실패를 분석하는 학문은 발전한다.

이러한 태도는 의사를 신격화하지 않고, 동시에 의료를 가볍게 만들지도 않는다. 오히려 의사가 얼마나 무거운 책임 속에서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를 더욱 분명히 드러낸다. 모든 선택이 최선일 수는 없지만, 그 선택이 충분한 고민과 성찰 위에서 이루어졌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이 책은 반복해서 강조한다. 나는 이 부분을 통해 의학이 기술 이전에 태도의 문제라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게 되었다. 앞으로 의학을 공부하게 된다면, 나는 실수를 두려워 숨기기보다 배우는 자세를 갖춘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4. 환자는 통계가 아니라 한 사람이다

책 속 여러 사례를 통해 저자는 반복해서 강조한다. 통계적으로 옳은 선택이 반드시 한 환자에게 옳은 선택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평균적인 수치와 확률은 의사에게 중요한 참고 자료이지만, 환자는 평균값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환자마다 삶의 맥락과 가치관,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의 기준은 모두 다르다. 이 부분을 읽으며 『천변풍경』 속 인물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모두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각자의 삶은 전혀 다른 궤적을 그린다. 의료 역시 마찬가지다. 같은 병을 앓고 있어도 환자의 삶은 서로 다르며, 치료의 의미 또한 달라질 수 있다. 나는 이 대목에서 의학이 단순한 자연과학이 아니라, 인간학에 가까운 학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5. 개인적 성찰, 내가 바라본 의학의 방향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의대를 준비하는 학생으로서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었다. 나는 의학을 왜 공부하고 싶은가, 그리고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가. 이전까지 의사는 질병을 치료하는 전문가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은 그 이미지에 중요한 한 줄을 덧붙였다. 의사는 불확실성을 견디며 판단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완벽한 정답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불완전한 상황 속에서도 환자에게 가장 덜 해로운 선택을 고민하는 존재. 이 책은 의학을 이상화하지 않기에 오히려 더 진실하게 다가왔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의학이 기술의 집합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 위에 세워진 학문임을 깨닫게 되었다.

6. 천변풍경처럼 남는 잔잔한 질문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은 읽고 나서 강렬한 결론을 남기기보다, 오래 남는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의학에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 그리고 의사는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이 질문들은 쉽게 답할 수 없기에 더욱 중요하다. 『천변풍경』이 한 시대의 삶을 조용히 비추며 독자에게 판단을 맡겼듯, 이 책 역시 의학의 세계를 보여준 뒤 판단을 독자에게 돌려준다.

의학의 성공담이 아니라, 의학의 현실을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의학을 더 깊이, 더 진지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완벽하지 않기에 끊임없이 성찰해야 하는 학문, 인간을 다루기에 끝없이 고민해야 하는 학문이 바로 의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책은 나에게 전공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고, 대신 책임과 태도라는 단단한 기준을 남겨주었다. 이 독서 경험은 앞으로 의학을 공부하는 과정에서도 오래 남아 나의 판단을 돌아보게 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