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의 식은 어떻게 사람을 이해하게 만드는가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읽고 다시 바라본 관계와 기억
이 글은 오가와 요코의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읽고, 수학이라는 언어가 인간의 기억과 관계, 그리고 삶의 태도를 어떻게 드러낼 수 있는지를 성찰한 독후 기록이다. 수식을 풀이의 도구로만 인식하던 시선에서 벗어나, 수학이 인간의 감정과 신뢰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음을 중심으로 사고를 확장해 보고자 한다. 특히 기억의 한계 속에서도 관계가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자 한다.
1. 문제 풀이가 아닌 언어로서의 수학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 수학은 정답이 존재하는 과목이자, 공부해야 할 대상으로만 인식되어 있었다. 공식은 외워야 할 규칙이었고, 수식은 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도구였다. 그러나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이러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뒤흔든다. 작품 속에서 수학은 계산의 대상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언어로 등장한다.
기억이 80분밖에 지속되지 않는 박사는 숫자와 수식을 통해 세상과 연결된다. 소수, 완전수, 우애수와 같은 개념들은 박사의 삶에서 단순한 수학 용어가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기준이 된다. 그는 수의 성질과 구조를 통해 삶의 질서와 아름다움을 설명한다. 수학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박사의 태도는, 인간이 언어가 달라도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2. 기억이 사라져도 관계는 남을 수 있을까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설정은 기억의 제약이다. 박사는 새로운 기억을 오래 유지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관계가 불가능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제한된 기억 속에서 그는 매 순간 진실하게 관계를 맺는다. 그는 매번 처음 만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일관된 태도와 신뢰가 존재한다.
가정부 ‘나’와 그녀의 아들 루트는 박사의 세계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루트라는 이름 자체가 수학적 개념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박사는 루트를 통해 다시 세상과 연결되고, 아이는 박사를 통해 숫자가 가진 따뜻함을 배운다. 이 관계는 혈연이나 기억이 아닌, 반복되는 존중과 관심을 통해 유지된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관계를 지속시키는 것이 기억의 양이 아니라 태도의 깊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준다.
3. 『박사가 사랑한 수식』 독후 핵심 정리
이 작품을 통해 가장 깊이 남은 인상은, 인간을 이해하는 방식이 반드시 말이나 기억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박사는 자신의 기억이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그 한계 안에서 성실하게 살아간다. 그는 숫자처럼 정직하고 일관된 태도로 사람을 대한다. 그렇기에 그의 세계는 단순하지만 결코 공허하지 않다.
또한 소설 속 수식들은 감정을 대체하는 장치가 아니다. 오히려 수식은 감정을 설명하기 위한 또 다른 언어로 기능한다. 박사가 좋아하는 오일러 공식은 완결성과 조화를 상징하며, 삶이 혼란스러워 보여도 결국 하나의 질서로 수렴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수학이 차가운 학문이라는 편견을 깨고, 인간의 신뢰와 애정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4. 이해받는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다
이 소설을 덮으며 ‘이해받는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박사는 자신의 결핍을 숨기지 않지만, 그것으로 인해 동정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는 수학이라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되고, 그 방식은 주변 사람들에게 존중받는다. 이는 인간이 완전해서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질 때 관계가 성립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기억의 상실이라는 극단적인 조건 속에서도 인간다운 삶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전한다. 관계는 축적된 시간의 결과가 아니라, 매 순간 성실하게 쌓이는 신뢰의 결과라는 메시지가 깊게 남았다. 이 작품은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모든 사람에게 건네는 조용한 위로라고 느꼈다.
5.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 의대 수시에 좋은 이유
이 책이 의대 수시에 특히 의미 있는 이유는, 이 책이 의학 지식을 직접 다루기 때문이 아니라 의학이 요구하는 사고 태도를 매우 섬세하게 보여 주기 때문이다. 의대 평가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의학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가’보다, 사람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그리고 불완전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있다. 이 소설은 바로 그 지점을 깊이 있게 건드린다. 이 작품의 중심인물인 박사는 기억이 80분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이는 의학적으로 보면 분명한 장애이자 결핍이다. 그러나 소설은 이 결핍을 비극이나 무능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박사는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인식한 상태에서, 메모와 수식이라는 도구를 통해 세상과 관계를 맺는다. 이는 의학에서 매우 중요한 태도와 닮아 있다. 의사는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 한계를 인식하고 그 안에서 최선의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한 박사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은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태도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가정부와 아이 루트를 매번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대하지만, 그 태도는 결코 무심하지 않다. 오히려 그는 상대를 성급히 규정하지 않고, 매 순간 존중하며 관계를 새로 만들어 간다. 이는 환자를 과거 기록이나 수치로만 판단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의 상태와 감정을 함께 살피는 의료 태도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작품 속 수학 역시 의대 수시 평가와 잘 연결된다. 수학은 이 소설에서 문제 풀이의 도구가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는 언어로 등장한다. 소수, 완전수, 오일러 공식과 같은 개념들은 인간의 삶과 관계를 설명하는 은유로 사용된다. 이는 의학이 단순한 자연과학이 아니라, 과학적 사고를 인간의 삶에 적용하는 학문임을 보여주는 방식과 유사하다. 즉, 이 책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수학을 아는 학생’이 아니라, 과학적 개념을 인간 중심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사고력이다. 특히 이해를 돕는 사람의 모습에 가깝다. 의료 현장에서 의사 역시 치료를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태도는 매우 의학적이다. 결국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 의대 수시에 좋은 이유는, 이 책이 의학을 직접 말하지 않으면서도 의사가 갖추어야 할 핵심 자질을 모두 담고 있기 때문이다.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태도, 수치 이면의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 관계 속에서 책임을 다하는 자세는 의대가 찾는 학생의 모습과 정확히 겹친다. 이 책을 제대로 읽고 자신의 언어로 해석했다면, 그 자체로 전공 적합성과 인성, 사고력을 동시에 보여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