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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음악

생명을 정의하려는 시도, 슈베르트와 나무

by strong22 2026. 1. 20.

의과대학 수시전형 인문도서 슈베르트와 나무의 책 표지이다.
의과대학 수시전형 인문도서 슈베르트와 나무의 책 표지이다.

슈베르트와 나무

 살아 있다는 것은 흔들리면서도 서 있는 일이다. 슈베르트와 나무는 음악가 슈베르트를 다룬 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생명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묻는 깊은 사유의 기록이다. 이 책은 생명을 고정된 구조나 완성된 결과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끊임없이 교체되고 흔들리며 유지되는 ‘과정’으로서의 생명을 보여준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생명이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해 계속 조정하는 상태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명확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1. 생명을 정의하려는 시도, 그리고 정의되지 않는 것들

『슈베르트와 나무』는 생명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생명은 흔히 DNA를 중심으로 설명되어 왔다. 자기 자신을 복제하고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시스템이라는 정의는 과학적으로 명확해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이 정의가 생명의 한 단면만을 설명할 뿐, 생명 전체를 담아내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생명은 단순히 정보를 복사하는 기계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균형을 유지하는 흐름에 가깝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생명을 ‘동적 평형’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는 생명이 외부와 물질과 에너지를 끊임없이 교환하면서도, 전체적인 질서를 유지하는 상태라는 뜻이다. 이 개념을 통해 나는 생명이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항상 무너질 가능성 위에서 유지되는 상태라는 점을 이해하게 되었다. 완벽하게 안정된 생명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불안정하기 때문에 살아 있을 수 있다는 역설적인 사실이 인상 깊었다.
이러한 관점은 생명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바꾸어 놓았다. 생명은 완성형이 아니라, 매 순간 조정되고 수정되는 과정이다. 그래서 생명은 언제나 취약하고, 동시에 놀라울 만큼 유연하다. 이 책은 생명을 정의하려는 시도가 결국 생명의 복잡성과 깊이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 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2.  독후감: 생명은 흐름 속에서 유지된다

책의 내용은 생명의 정의, DNA 구조 발견과 관련된 이야기, 일본과 미국 학계 비교, 유학생활, 저자가 실제로 참여했던 연구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중에서도 주요 내용은 생명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해 서술되었고 나머지는 그 사이에 배치되어 있었다. 많은 학자들의 생명에 관한 정의가 흥미로웠다.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정의를 설명하게 정의되어 있었다. 생명은 자기 자신을 복제하는 시스템이다. DNA라는 자기 복제 분자의 발견을 계기로 생명을 정의했다. 후쿠오카 신이치, 일본의 유명한 분자생물학자인 그는 생명이 DNA에 의해 자기 복제되는 분자 기계가 아니라 동적 평형 상태에 있는 흐름이라는 새로운 생명의 정의를 제시했다. 자기 복제가 생명을 정의하는 주요 개념인 것은 확실하지만 우리 생명관에는 다른 믿음도 존재한다. 비록 우리가 말로는 표현하지 못해도 설명한 조개껍데기 장식에는 질서의 미학이 있고, 그 질서는 끊임없는 흐름에 의해 만들어진 동적의 것임을 느끼고 있다.
또 하나의 궁금증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뇌세포의 DNA는 변하지 않는가이다. 이 책의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뇌세포는 파도에 노출된 모래성과 같고, 그 내부에서는 항상 분자와 원자의 교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뇌세포의 DNA를 구성하는 원자는 오히려 증식하는 세포의 DNA보다 낮은 빈도로 항상 부분적인 분해와 회복을 반복하며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모래성을 계속하여 분자가 대체되는 흐름 속에서 완전히 새로운 모습이 된다고 한다.

 

3. 엔트로피를 거슬러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

책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개념은 생명이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 속에서도 질서를 유지한다는 점이었다. 모든 물리 현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무질서해지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생명은 이 법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처럼 보인다. 세포는 스스로를 정비하고, 조직은 무너짐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비한다.
하지만 저자는 생명이 엔트로피를 ‘이긴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생명은 엔트로피의 흐름을 지연시키며 살아간다고 설명한다. 이는 생명이 영원히 유지될 수 없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 정의다. 생명에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 존재하며, 한 번 지나간 단계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 점에서 생명은 기계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기계는 부품을 교체하면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지만, 생명은 교체와 변화 속에서도 이전과 같은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이러한 설명을 통해 나는 생명이 왜 소중한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생명은 완성된 구조가 아니라, 사라짐을 향해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다. 살아 있다는 것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흔들리는 일이며, 그 흔들림 자체가 생명의 증거라는 생각이 깊게 남았다.

 

4. 슈베르트와 나무, 그리고 완성되지 않는 생명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슈베르트와 나무는 생명을 이해하기 위한 상징으로 기능한다. 슈베르트의 음악은 완벽하게 닫힌 구조라기보다, 어딘가 열려 있고 미완의 느낌을 준다. 나무 역시 마찬가지다. 나무는 매 순간 세포가 교체되고, 가지가 부러지고, 다시 자라나면서도 ‘나무다움’을 유지한다. 저자는 이 두 대상을 통해 생명이란 완성되지 않았기에 유지될 수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생명은 스스로를 완벽하게 고정하려 하지 않으며, 오히려 변화와 손실을 받아들임으로써 지속된다. 이 관점은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우리는 흔히 완전해지려 노력하지만, 생명은 완전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균형을 맞추며 흔들리는 상태로 존재한다.
이 책을 덮으며 나는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살아 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변하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것이다. 슈베르트의 음악처럼, 나무처럼, 생명은 끝내 완성되지 않기에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슈베르트와 나무』는 생명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면서도, 동시에 철학적으로 사유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은 생명이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교체되고 조정되는 흐름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생명을 이해한다는 것은 안정된 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불안정한 상태를 받아들이는 일임을 이 독서를 통해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과학을 넘어 삶을 바라보는 태도까지 바꾸어 준 깊은 사유의 기록이었다.